Solo Leveling Ragnarok Novela Español - Capítulo 188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8화
“……외신교라.”
로토의 외침을 들은 수호의 표정이 급속도로 식어 갔다.
머릿속에선 지금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침착해야 했다.
“재미있군.”
툭.
수호가 손을 놓자, 로토의 몸이 허물어지듯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흐어억!”
로토는 허겁지겁 자신의 목이 아직 붙어 있음을 확인하며 비굴한 표정으로 수호의 눈치를 봤다.
수호는 그를 고고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악마들은 당연하게도 ‘볼칸’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쪽은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이놈들이 하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외신교가…… 동의했단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저희와 협력하면 지구상에 많은 신도를 늘릴 수 있을 테니까요!”
“신도를 늘린다라…… 그래서, 그 결과가 고작 이것뿐인가?”
수호의 시선이 엉망이 된 도박장을 스윽 훑었다.
그러자 이곳의 관리자인 로토는 조금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작이 아닙니다! 블랙마켓은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도 외신교와 협력하여 전 세계에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별가루를 퍼뜨리고……!”
“협력이라.”
수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짓고 그를 도발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노예가 된 것 같은데. 네놈들이.”
“……아닙니다!”
이 말이 트리거였을까.
로토는 방금 전까지 그에게 목숨을 구걸하던 것도 잊고 발작하듯 소리쳤다.
“처음 별가루를 개발한 것도 우리고, 별조각 제조에 성공한 것도 우리들입니다! 오히려 놈들이 우리 악마들에게 이용당하는 거란 말입니다!”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 그렇습니다.”
“흐음.”
이제야 비로소 수호의 입가에 흡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마치 기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로토를 바라보는 수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어찌 기특하지 않겠는가.
‘이 녀석 덕분에 꽤 많은 걸 알게 됐어.’
[너 쫌…… 친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인터넷에서.]
에실은 진심으로 감탄한 목소리였다.
이 정도면 수호가 사실 인간이 아니라 진짜 악마 귀족이라 해도 믿길 정도 아닌가.
[솔직히 말해. 너 사실 볼칸이지?]
‘시끄럽고. 이제부터가 중요해.’
수호는 에실의 말을 대충 넘기며, 지배자의 권능으로 로토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로토가 그제야 자신이 지금 악마 귀족을 상대로 대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네가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수호는 그에게 근엄하게 명령했다.
“당장 안내해라.”
“……!”
“내가 직접 외신교를 만나겠다.”
그 말에 올 것이 왔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는 로토.
하지만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치밀한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다. 슬슬 그놈들이 통제가 안 되고 있었으니. 처음부터 볼칸은 모든 걸 다 알고 우리를 찾아왔을 테니.’
그는 결국 대답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외신교의 신전으로.”
“그럴 필요 없다.”
……!
“우리가 직접 왔으니까.”
그때 갑자기 도박장 안으로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며 일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 * *
[헌터 협회]
-양평 지부
“……그게 사실입니까?”
수호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한재혁 팀장은 양평 지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부 전달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웨에에에엥-
양평 지부 주위를 포위하듯 날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벌들.
그중 한 마리를 귀엽다는 듯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 아르샤의 분신체는 생긋 웃으며 한재혁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전부 사실이랍니다. 그렇지요, 여러분?]
히끅.
아르샤가 뒤를 돌아보자, 그쪽에 모여 앉아 있던 양평 지부의 직원들이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웨에에에엥-
피라냐처럼 그들 주변을 맴돌고 있는 벌들.
각 개체마다 불길한 마력이 느껴지는 이 수많은 벌들은 저 여인이 손만 까딱이면 당장이라도 자신들에게 달려들어 모든 혈관에 독침을 찌를 기세였다.
‘무, 무슨 이런 스킬이…….’
‘저 여자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냐고…….’
수호가 블랙마켓으로 떠나면서 불러낸 아르샤의 스킬(?) 때문에, 양평 지부의 직원들은 지금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양평 지부에 감금되어 있어야 했다.
자신들을 체포하러 출동한 협회 감시과가 도착할 때까지.
이것은 혹시라도 이들 중 블랙마켓과 내통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수호의 판단 때문이었다.
[어머나, 지부장님? 제가 물어봤잖아요. 대답하셔야죠?]
“마, 맞습니다! 전부 맞습니다!”
아르샤의 상냥한 재촉에 창백해진 얼굴로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는 민대석 지부장.
그 모습에 한재혁 팀장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탄식하듯 입을 열었다.
“……모두 체포하세요.”
“예!”
그의 말에 같이 온 감시과 헌터들이 양평 지부의 직원들을 모조리 체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모든 전말을 전해 들은 한재혁 팀장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암시장을 숨겨 주는 협회라니.
‘협회 꼴 잘 돌아간다, 진짜. 협회장님이 자리를 비우신 지 얼마나 됐다고…….’
사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어떤 단체가 내부에서부터 곪아 터져 비리가 생기는 일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헌터 협회는 생긴 지가 고작 2년밖에 안 된 단체였다.
벌써부터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진짜로 말도 안 되는 일.
누군가 의도적으로 협회의 내부에 침투한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설마…… 별가루 목걸이가 블랙마켓의 통행증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었을 줄이야.”
한재혁 팀장은 탄식하며 시선을 힐끔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당장 자신의 목에도 걸려 있는 별가루 목걸이를 뜯어내기 위해 손으로 움켜쥐었다.
별가루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의미로 시작된 별가루 목걸이는 사실 헌터 협회 측에서도 꽤 솔선수범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협회에서 주관한 행사 같은 건 아니었으나, 말 그대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스로들 목에 하나씩 걸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멈칫.
어째서일까.
“…….”
갑자기 별가루 목걸이를 벗으려던 그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
‘……음. 어차피 돈 주고 산 건데, 그냥 걸고 있을까? 어차피 나중에 블랙마켓에 숨어들기 위해서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흐응. 팀장님이 왜 그러실까? 갑자기 그 목걸이를 버리기 싫어지신 것 같네요?]
“……!”
흠칫.
그 순간 귓가로 파고드는 고혹적인 목소리에 한재혁 팀장은 눈을 크게 들고 고개를 앞으로 들었다.
그러자 바로 앞에서 아르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방금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 속삭였다.
[혹시 이런 생각 해 본 적 없으신가요? 그저 추모를 위한 목적이라면, 그냥 목걸이만 사서 집에 두고 다녀도 될 텐데 왜 다들 번거롭게 목에 걸고 다닐까요?]
아르샤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긋한 손길로 한재혁 팀장이 걸고 있는 별가루 목걸이를 매만졌다.
뚜둑.
그 손길에 목걸이가 강제로 뜯겨 나가자, 한재혁 팀장의 눈에 순간적으로 아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많이 아깝나 봐요?]
“……헉?!”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한재혁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러자 아르샤가 짓궂은 표정으로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목걸이를 살살 흔들며 말했다.
[정신 바짝 차리셔요. 격이 낮은 평범한 인간들의 손에 이 목걸이가 들어가면 홀린답니다?]
아르샤와 대화를 하는 중에도 한재혁 팀장은 멍한 표정이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방금 순간적으로 자신이 느낀 감정을 되짚어 보니 너무나 이상했던 것이다.
‘……다시 뺏어 오고 싶었다. 목걸이를 뺏기기 싫었어.’
[음.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세요. 수호 님이 알아내신 바로는, 별가루 목걸이의 효과는 몸에서 멀리 떨어뜨리면 금방 사라진다고 하니까요.]
이곳에 있는 건 아르샤의 분신체.
진짜 아르샤의 본체는 블랙마켓에서 볼칸 흉내를 내고 있는 수호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
그 덕분에 아르샤는 수호가 알아낸 정보를 고스란히 한재혁 팀장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가능했다.
[별가루 목걸이란, 별조각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가 봐요. 하지만 아무리 미약한 수준이라도 평범한 인간들의 손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계속 곁에 두고 싶고 막연한 신앙심이 생긴다고 해요. 외신 이타림은, 말 그대로 ‘신’이니까요.]
그래서 신의 힘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된 인간들은 그 정체불명의 신에 대한 신앙심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잠깐. 외신이라고요?”
그때 갑자기 한재혁 팀장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어떤 기억이 있었다.
“외신? 분명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외신교를요?]
그 말에 아르샤의 눈에도 이채가 떠올랐다.
[팀장님이 외신교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고요?]
“외신? 외신교? 아, 외신교!”
한재혁 팀장이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이 어디던가!
협회의 양평 지부!
그리고 감시과에 체포된 민대석 지부장을 쳐다봤다.
“그, 그러고 보니!”
민대석 지부장은 몇 달 전에 갑자기 이쪽으로 발령받아 온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그전까지 원래 양평 지부를 맡고 있던 지부장이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협회를 그만뒀기 때문이었고.
그 전임 지부장이라는 사람은…….
우진철 협회장이 직접 뽑아서 양평 지부를 맡게 했던 A급 헌터로, 한재혁 팀장도 몹시 존경했던 선배였던 것이다.
[……전임 지부장이 왜 그만뒀는데요?]
한재혁 팀장의 말을 들은 아르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말에, 그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저도 소문만 들었습니다만, 그 선배님이 갑자기 사이비 종교에 빠지시더니 잠적하셨다고…….”
[음?]
A급 헌터나 되는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
이렇게만 들으면 진짜 어이없는 말이긴 한데, 그 대상이 외신교라면 문제가 달라졌다.
“그분이 평소에 워낙 착하신 분이셨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 * *
외신교.
수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도박장으로 들어온 이들을 훑어봤다.
사제복을 몸에 걸친 사람들.
그들의 이마에는 하나같이 푸른 별조각이 박혀 있었다.
그들 중 가운데 있던 중년의 사내가 앞으로 걸어 나와,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당신이 볼칸이라는 악마 귀족이십니까?”
“그러는 너는 누구지.”
“저는 위대한 외신교를 섬기는 사제입니다. 속세에선 ‘김철’이라는 이름을 썼었지요.”
[키엑?]
그때.
주변을 탐색하다 돌아온 베르가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아이언 돌아왔구나!]